2025년 트럼프 2기의 관세 전쟁을 바라보며…

캐나다에 경제도 주권도 포기하라는 무례함

by ks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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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2주 전까지만 해도 내내 비만 오는 밴쿠버의 여느 겨울과는 다르게 화창한 겨울이었다. ‘왜 이렇게 화창하지?’. 겨울에는 3일 연속만 화창해도 보너스를 받은 기분인데, 일주일? 열흘? ‘아…  이런! 이상 기온인가보다’하며 이걸 즐겨야하나 하는 미안함이 들고 있던 때였다.

 

트럼프의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25% 관세 발표

매우 이상하고 시린 칼 바람 같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2월 들어 갑자기 눈과 함께 영하권의 날씨를 더욱 춥게 만들었다. 진짜 추위를 몸과 마음으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모두가 단체기합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 이미 고관세인 중국에 10% 더 상향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곳에 와서 10년, 20년을 살아도, 시민권을 받아 국적이 캐나다가 된다 해도  ‘내 나라’하면 한국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동계 올림픽 기간 중, 출근 길 라디오 뉴스에서 캐나다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나의 반응은 ‘한국이 금메달을 놓쳤다고???’ 였다. 이랬던 내가 트럼프의 캐나다 공격(?)에 애국심과 비슷한 뭔가가 발동되는 것을 보고 있다.

 

누가 손해일까? 관세는 개인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까

요리 유튜브 채널과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당장 장바구니 물가부터 걱정이다. 사실 식탁 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캐네디언 만은 아니다. 미국 식탁 물가가 먼저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붙인 25%의 관세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미국 내 기업과 미국인이 내는 것이다. 막대한 세금을 내고서 원자재를 수입을 할 기업이 줄어들 것이고, 그로인한 영업이 줄어드니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 된다는 것이다. 이 경제 공급 체인 안에 있는 미국 소비자가 결국 이 관세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상승된 가격의 제품을 사는 미국 소비자가 줄어들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 순서로는 생산이 위축 될 것이고, 원자재 수입이 줄어드니 마침내 수출 국가인 캐나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이 관세 폭탄, 관세 전쟁의 위협으로 인해 2025년도 캐나다 GDP 예상치가 하향 되었다는 소식도 나왔다. 25% 관세 발표가 되던 날인 2월 3일은  22년 만에 미 대비 캐나다 달라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 하필 이 날, US 달러로 결제 할 일이 있었다. 하필 이 날에!

 

트럼프의 속내는?

트럼프는 생산 시설과 원자재 생산을 미국 내로 가져와서 관세를 낼 필요가 없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몰락한 중산층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해 더욱 지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사실상 속내로 보인다.

국경 인접 국가 간에  그리 사이가 좋을 수 없는 것은 세계 어디나 그 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래도 두 나라 간에 그동안은 동맹이니 뭐니 하면서 체면은 유지해 왔지만 동맹과 친구를 가리지 않는 트럼프 덕분에 캐나다는 관세 폭탄의 첫번째 대상 국가가 되었다. ‘아니.. 왜 캐나다와 멕시코가 제일 먼저야?’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미국은 전체 농산물 수입의 44%를 이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그 예로 미국 수입 아보카도의 90% 이상이 멕시코산, 메이플 시럽 60%가 캐나다 산, 원유 수입의 60%가 캐나다 산이라는 것 등을 보면 그 순서는 무역 규모가 큰 나라 부터라는 걸 알 수 있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 급할까? 

당초 25% 관세 시행은 2025년 2월 1일 부터라고 발표했다가, 곧 2월 4일 부터 시행이라는 이상한 ‘화요일 부터 시행?’이라는 의문을 남긴 발표로 바뀌었다.

이 시행이 트럼프 2기에서 상당히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언제 시행할지에 대한  예상 날짜 발표 추이에서도 이미 나타났다. 지난 1월 마지막 주에는 2월 부터 시행한다더니, 갑지기 한달 유예 뉴스가 났다. 몇 시간 후 ‘한달은 아니고 당장 시행, 그러나 언제부터는 안알려줌’ 식의 발표가 뉴스를 통해 흘러나왔었다. 상당히 즉흥적이고 장기 플랜이 없는 행정 같아 보여 오히려 ‘설마 진짜 시행 하겠어?’ 하며 안심하고 있었던 측면도 있었다.

그러다가 2월 4일 부터 전격 시행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캐나다나 멕시코 두 나라는 즉각 보복 관세 25%를 미국에 통보 했으나 현재 (2월 4일)  또 트럼프는 다시 한달을 유예 했다. 두 나라의 국경 강화 약속을 받은 것이다.  호떡 뒤집는 것도 아니고 국가 행정을, 그것도 경제, 외교를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이 놀랍지도 않다. 트럼프는 관세 폭탄의 이유를 온통 가짜 뉴스를 들이대기도 한다. 그 예가 ‘캐나다 내 미국계 은행 영업 금지’에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계 은행이 캐나다에서 영업을 잘 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의 반응

캐나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했다. 각종 소셜 미디어에  캐나다 산 제품 리스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다. 여행도 당분간 목적지를 국내로 삼자고 한다. 이민자의 나라에 단일민족에서나 볼 법한 찐한 애국심을 기대하기란 힘들겠지만 이번은 좀 다른 듯 하다. 미국과 캐나다 간의 농구, 아이스 하키 경기에 미국 국가가 나오자 그 점잖던(?) 캐네디언들이 야유를 퍼부었고 캐나다 국가가 나올땐 손벽과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관세 폭탄의 이유를 국경 관리 허술과 마약류 미국 수출의 이유를 들었지만 진짜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두 나라 모두 국경 관리 강화를 약속했다. ‘미국인이 마약에 의존하지 않게 집안일은 집 안에서 먼저 해결해라, 범죄조직에 총기를 공급하는 미국 카르텔이나 단속하라’는 멕시코 정부의 발표가 내심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미국인들도 내심 걱정하고 있단다

동맹들을 향한 무자비한 (무식한이라고 하고 싶다) 공격은 결국 상대 동맹이 똑같은 아픈 방법으로 보복 받을 수 있다. 또한 관세 폭탄이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오래 가지도 못하고 늘 철회 된다. 하지만 그 후유증은 그 몇 배 몇 십 배에 달하는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는 것을 짧은 역사 속에서 우리는 확인 할 수 있다. 미국내 일자리가 늘어난다 해도 제품가격 상승으로 결론적으로는 미국 내 소비자가 그 관세를 내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한 달 유예가 답은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국경 단속 강화 약속으로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한달간 유예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시작에 불과 하다.  한 달 뒤에는 또 어떤 것을 들고 나올지, 실제로 시행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대상국들은 장기적은 대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다음으로 유럽이 기다리고 있고, 나의 모국 한국도 그 예외는 아니다. 나라별 관세 폭탄에 이어 품목별 관세 폭탄도 트럼프가 예고 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개별 제품에 포함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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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제품을 구매했던 내 행동에 일종의 경각심이 불러 일으켜졌다. 이민자로서 살아가지만 이 땅에 사는 이상 내가 사는 곳의 사람들의 일상을, 그들의 산업을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메이드 캐나다’와 ‘프로덕트 오브 캐나다’

오늘 마트에 가서 원산지 표기를 꼼꼼히 보며 제품들을 샀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제품을 구매했던 내 행동에 일종의 경각심이 불러 일으켜졌다. 이민자로서 살아가지만 이 땅에 사는 이상 내가 사는 곳의 사람들의 일상을, 그들의 산업을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Made in Canada / Product of Canada 제품이 많았다. 생산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로컬 비즈니스를 서포트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Made in Canada / Product of Canada 표기나 빨간 메이플 리프 마크를 조금 더 잘 보이는 방식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Made in Canada/  Product of Canada 이지만 그  표기를 찾기 힘든 제품들도 상당했다.

평소 로컬 비즈니스를 서포트 하고자 하는 마음에 BC주 생산 제품, 과일, 채소 등을 보면 조금 비싸더라도 사곤 했었는데 이젠 좀 작정하고 찾아가며 캐나다 산 제품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미국 인구 3억 3천여명, 캐나다 인구 3천 8백만명. 비슷한 크기의 땅 덩이에 인수구가 거의 10배 차이에 달해, 그로인한 ‘규모의 경제’가 가끔 부러울때도 있다. 하지만 캐나다에 사는 나로서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없다.  트럼프의 주권을 포기하라는 무례함에 이어 관세 폭탄을 바라보며 힘없는 개인이지만 이제 내가 사는 이 곳을 위해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성인이 되어 이민 온 이곳에 붙이기는 어쩐지 민망한 마음이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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